1.우리나라는 몇년전부터 시장경제 불황에 소비가 위축돼있지 않았나요? (코로나~민생지원금 이전 시기)
답변 : 소비가 위축되어 있었던 것은 맞는데 경제불황이었냐 이거는 간단한 질문이 아닙니다. 왜 간단한 질문이 아니냐면
I. 경기순환시계
질문자도 들어봤을 수 있는데 경기에는 순환시계가 존재해요. 소위 상승주기와 하강주기가 있고 이것이 반복됩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경제가 상승주기인지 하강주기인지 판단하는 기관이 통계청이에요. 통계청이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서 지금 경제가 상승주기인지 하강주기인지 발표하게 됩니다. 경기순환시계 이게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역대 경기순환시계입니다. 그런데 보면 최근에 저점이 2020년 5월로 찍혀있는데 그 이후에는 표가 안 나오잖아요? 이는 2020년 5월 이후로 경제가 상승주기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질문자 생각에 따르면 경제는 하강주기여야 하는데 오히려 통계청은 상승주기라고 본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진짜 불황이었다는 게 쉬운 대답이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통계청은 사후에 여러 데이터들을 봐서 발표하기 때문에 나중에 수정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진짜 불황이었는지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II.노동시장
심지어 노동시장도 그렇습니다. 경제학에서는 '필립스곡선'이라는 유명한 그래프가 있어요. 이거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반비례 관계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실업률이 높으면 물가상승률이 낮고 반대로 실업률이 낮으면 물가상승률이 높아요. 이거는 질문자가 경제 기본개념 공부한 내용을 응용하면 이해할 수 있는데 금리가 낮으면 경제가 활성화가 됩니다. 그래서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서 실업률이 낮아져요. 하지만 물가는 상승하는 겁니다. 이게 인플레이션이에요.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경기과열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나 기관들도 있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경제는 침체되어 있다보니 물가상승률은 낮아요. 대신, 실업률은 높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시장 통계 보신 적 있으신가요? 한국의 실업률 보시면 2020~2024년 동안 순서대로 4.0%, 3.7%, 2.9%, 2.7%, 2.8% 이렇게 나왔습니다. 심지어 저 2023년의 실업률 수치는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입니다. 참고로 2015~2019년까지는 대체로 한국의 실업률이 3%대 후반이었어요. 심지어 청년실업률도 그럽니다. 2020~2024년 동안 청년실업률은 순서대로 9.0%, 7.8%, 6.4%, 5.9%, 5.9%예요. 참고로 2010년대에는 2012년 7.5%가 가장 낮았을 정도로 대체로 8~10% 정도를 유지했는데 최근 통계 보시면 엄청 낮은 걸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실업률이 낮은데 왜 경제가 불황이라고 보시나요? 예를 들면 미국은 경제가 좋다는 근거들 중 하나가 낮은 실업률인데 한국도 동일한 논리로 접근하면 오히려 한국도 경제가 좋았다는 근거가 된다는 겁니다.
이것과 관련된 재미있는 노동시장 현상도 하나 있습니다. 그거는 공무원의 인기 감소예요. 상식적으로 경제가 불황이면 공무원의 인기는 높아져야 합니다. 그래서 IMF 외환위기 때는 공무원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었다고 하죠.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에서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을 안 가려는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었고 관련 기사들도 여러 번 나왔습니다. 대신, 대기업을 가려고 하는 거예요. 그 이유를 저 통계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데 실업률이 낮다는 것은 노동수요가 공급에 비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기업들이 해고를 잘 시키지 않아요. 대신, 임금상승률은 높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대기업들의 성과급 보면 어마어마하잖아요? 그 이유를 저 노동통계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안전하지만 임금상승률이 낮은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메리트가 많이 감소한 거죠.
III. 그럼 왜 경제가 안 좋다고 느꼈는가
여기서는 딱 3개의 원인으로만 뽑겠습니다.
첫째, 사람들의 심리. good old days bias라는 심리용어가 있습니다. 이거는 한마디로 '옛날이 좋았지'라는 사람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용어예요. 이것의 사례는 '요즘 애들은 버릇 없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입니다. 즉, 자기들 때도 다 똑같이 버릇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옛날에는 안 그랬다' 이런 식으로 bias가 생긴다는 겁니다. 당연히 경제에도 있어요. 예를 들면 물가도 옛날의 물가는 실제보다 굉장히 싸다고 느끼는 bias가 생기는 반면 현재의 물가는 실제보다 굉장히 비싸다고 느끼는 bias가 생긴다는 겁니다. 경제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현재의 경제는 실제보다 나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경제가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항상 등장하는 거예요.
둘째, 높은 물가상승률. 예전에 2022년 이후부터 한창 인플레이션이 화두였을 때 제가 흥미있게 본 기사가 경제관료 출신이 '국민들은 경제가 안 좋은 것보다 물가 높은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굉장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해요. 이거는 미국의 사례를 봐야 합니다. 알다시피 미국은 최근까지도 경제가 좋았습니다. 웬만한 사람들과 기관들은 미국 경제가 좋았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왜 작년에 있었던 미국 선거에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패배하고 공화당은 승리했을까요? 경제가 좋았으면 민주당이 승리할 거 같지만 현실에서는 공화당이 승리를 거둡니다. 심지어 선거 이후에 민주당의 패배 원인을 경제로 뽑은 기관들도 있었어요. 트럼프 승리, 해리스 패배 요인은 ‘장바구니 물가’ 보면 미국 유권자들은 당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일자리와 경제'를 뽑았다는데 분명히 최근까지도 미국은 실업률은 엄청 낮고 임금상승률은 높고 경제는 좋았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유권자들은 높은 물가상승률에 불만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공화당을 선택한 겁니다. 이게 한국에서도 비슷합니다. 실업률이 낮다 이런 것보다는 물가상승률이 높은 게 자신들의 생활에 훨씬 체감이 되거든요. 그래서 경제가 안 좋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겁니다.
셋째, 부진한 내수와 반대로 견조한 수출. 질문자도 알 수 있는데 한국은 수출 위주의 경제입니다. 그래서 소비는 실제로 꽤 부진했어요. 소비동향 봐도 2022년 이후부터는 거의 마이너스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당시 반도체 등의 수출은 잘 나갔던 거예요. 그래서 대기업은 임금상승률이 높았던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대기업은 수출기업들이 많거든요. GDP는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비가 부진해도 순수출이 잘 나가면 결국 GDP는 상승할 수 있는 겁니다. 심지어 물가도 그렇습니다. 총수요-총공급 곡선이 있는데 총수요를 구성하는 요소가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등이에요. 그러니까 소비가 감소하면 총수요는 감소하지만 순수출이 증가하면 총수요는 증가합니다. 그런데 수출은 잘 나가서 총수요는 증가했고 총수요가 증가하면 y축인 가격(P)은 증가했을 수 있어요. 총수요-총공급 곡선에서 y축인 P는 물가상승률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높아졌던 것으로 볼 수 있는 겁니다.
2.근데 왜 물가가 높으면서 금리가 안높았던 건가여?
답변 : ? 금리 높았는데요? 한국은행은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합니다. 소위 주요국들 중에서는 뉴질랜드와 함께 금리인상이 빨랐던 국가로 분류되요. |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목록) |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일정 및 자료 | 통화정책 | 정책/업무 | 한국은행 홈페이지 이게 한국은행 홈페이지에서 나오는 기준금리 추이입니다. 보면 2021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증가해요.
물론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행의 목표는 물가안정이에요. 한국은행법 1조에 한국은행의 목표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제시되어 있는데 보통은 1조 1항에 나오는 물가안정을 더 우선시합니다. 1조 2항에는 '금융안정에 유의'라는 표현이 있어서 보통 '금융안정에 유의하면서 물가안정 달성' 이거를 한국은행의 목표로 많이 해석해요. 그리고 한국은행은 다른 주요국들의 중앙은행들처럼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는데 이것이 연 2%입니다. 이 수치는 미 연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및 영란은행도 동일해요.
그런데 소비자물가상승률 보면 연 2% 수준이거나 그 이하로 많이 내려왔어요. 총지수 동향 | 소비자물가지수 동향 | 동향 : 소비자물가지수 보면 작년 8월 이후부터는 거의 연 2% 근처거나 그 이하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달성했으니 금리를 서서히 인하하고 있는 거죠.
다만, 질문자도 배웠으면 아시겠지만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는 게 마냥 좋은 게 아닙니다. 소위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물가가 아니라 경제로 포커스가 이동한 겁니다. 요즘 언론기사들만 봐도 이제는 물가 이야기보다는 경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다 이유가 있어요. 경제부진이 시작되거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존재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