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에게는 몇 년간 만난 첫사랑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이십대 중반에 만나 저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남자친구였어요.이때까지는 당연히 결혼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 때 사랑받았던 기억이 너무 좋았고 사람들이 이래서 결혼을 하는구나, 나도 결혼하고 싶다..로 바뀌었었어요.그런데 작년 연초에 제 집착이 너무 심해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어요.걔가 직장동료(여자)랑 같이 운동다니고, 카풀하고, 생일에 그 여자분이랑 약속잡고.. 조수석에 내가 모르는 여자운동화가 있는거 보면 누구라도 화를 내지 않나요. 내가 점점 불행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또 얼굴 보니까 너무 좋고..그런 몰골을 제 전남자친구가 못 견뎠나봐요.헤어짐 통보를 받고 충격을 받은 전 밖에서 살다가 본가로 들어갔는데, 진짜 몇 달 내내 밥도 못 먹고 직장일도 집중 못하고..제대로 살았던 것 같지가 않았어요. 그 와중에 제 인스타 스토리는 계속 봐서 진짜 미칠 것 같았어요. 희망이 있나? 싶은 생각에 차단도 못했어요. 몇 달 동안 이별을 못 받아들이고 제가 자꾸 톡을 보냈는데 또 그걸 몇 시간 뒤에 받아주고..그런 날들이 계속 되었어요.그러다가 제가 직장 때문에 다시 자취를 하게 되었고, 그걸 말하니까 구경 오고, 어영부영 관계를 맺었어요. 전 확실하게 하고 싶었는데 그걸 물으면 더 이상 못 볼 것 같았어요. 그래서 괜찮은 척 계속 받아주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그만하자고 장문의 톡을 보냈는데 그냥 읽씹하고 말아서 그렇구나 했어요.그런데 몇 달 뒤 제가 연말에 직장에서 잘린걸 sns에 올렸더니 그걸 또 보고 저희 집까지 술을 사들고 와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에요. 저는 제가 자제 못 하고 넘어트려서 다시 되풀이 될까봐 술 먹고 꼬장부려서 내쫓았어요. 그런데 내쫓기면서 섭섭하다는 표정 짓는게 안 잊혀지는 거에요. 그래서 연락을 하고, 연락을 받아주고 그러다가 또 관계 맺고..제가 망가지고 나중에 엄청나게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또 그런 짓을 했어요. 그러다가 더 이상은 못 버티겠는거에요. 밖에서 밥먹자고 하는 것도 바쁘다고 어영부영 미루고, 내가 이사한 집 가보고 싶다 하니까 너는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느냐, 여기서 너무 멀다 하면서 저한테 미안해서 초대 못 해주겠대요. 그러니까 저는 제 첫사랑을 반 년 동안 제 자취방에서만 봤어요. 나를 완전 파트너 취급하는구나 싶어 어느 순간 화가 나서 톡을 보냈어요. 이제 그만하자, 나는 널 좋아하고 놓치기 싫다, 확신만 주면 계속 만나고 싶다. 라고 하고 더 이상 관계 발전될 일 없으면 읽씹하라고 했어요.그걸 읽은 제 전남자친구는 그냥 읽씹해서 아 이제 진짜 그만두자 싶었어요.근데 바로 그 다음 주에 여자친구랑 일본여행을 갔더라고요. 같이 일본여행을 간 사람이 올린 게시글을 보고 알았어요. 여자친구 사진을 정성스럽게 찍어줘서 부러웠대나 뭐래나.이걸 보고 내 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가 있는지 알았어요. 진짜 눈물나고 죽고 싶었어요. 나한테 좋은 기억을 심어준 사람이 나를 그런 취급했다는게 너무 미웠고 진짜 더러웠어요.그 여자친구분한테 알려줄까 싶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니 남자친구는 일본여행 가기 바로 전주까지 나랑 관계 맺었다 라고 하면 믿어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래서 눈이 돌아서 그 게시글을 캡처해서 인생 재밌게 산다고 전남자친구한테 톡보냈어요.오히려 전화로 따지더래요. 니가 뭔데 내 지인 계정 스토킹 하냐, 2주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2주만에 여자친구를 사귈 수 없다니, 그건 니 생각이다. 뭐 이런 말 했던 것 같아요.나는 내가 막상 따지려고 전화를 받았는데 저렇게 나오니까 제가 죄지은 기분이 들고 눈물만 나오는거에요. 아 내가 상처줬구나 하고(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가스라이팅 제대로 당한 것 같네요)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앞으로 계정 안 들어가겠다, 너 계정도 안 보겠다 그냥 나한테 제발 신경쓰지 말아라, 이런 말만 했어요. 그리고 전 남자친구랑 그 지인 계정을 차단했어요.그렇게 몇주일 정도 지나니까 살만 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차단을 풀었더니 걔가 제 스토리를 또 보기 시작한거에요. 예전처럼 심장이 내려앉거나 괴롭거나 그러지는 않아요.뭐 그렇게 지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면서 갔으니 궁금하겠죠.그 놈이 저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을것 같지는 않고, 그냥 나 좋다는 왠 찐따 하나가 어떻게 인생 사는지 궁금해서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내 스토리를 보고 나를 궁금해하는게 나랑 끝맺음을 잘 해보고 싶어서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걔는 인생을 그따구로 살아서인지 몰라도 적이 많다고 항상 지 입으로 그랬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랑 응어리를 몇 년만에 풀고 그랬대요.그런데 저는 지금 당장 드는 생각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나를 기만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요. 물론 자기도 나름 억울한 점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어요. 쓰다보니까 제가 너무 많은 상처를 몇 년간 받아왔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걸 사랑으로 합리화 했었나봐요. 사랑하니까 봐주고, 사랑하니까 용서해주고.. 그걸 무의식적으로 알았던 전남자친구가 주체를 못했나봐요.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관계를 끊고 싶었던 사람과는 서서히 멀어지는 방법을 택했어요. 이렇게 인위적으로 끊어본게 처음이라 몇 주간 기분이 싱숭생숭 해요.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원수를 많이 만드는 건 좋지 않잖아요. 대한민국 땅떵어리 엄청 좁은데.. 거기다가 같은 업계에 종사 하는데, 이 판이 많이 좁아요.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하지만 꼭 좋은 끝맺음을 해야할까요? 여기서 어떻게 더 좋게 끝을 맺죠? 제가 최선을 다한걸까요? 앞으로 사람 만나는 것도 무서워요 배신당할까봐모르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